뼛속까지 보이는 맑은 햇살아래 망초꽃, 구절초 꽃무더기 무연한, 물빛 더욱 깊어진 내린천가를, 마로니에 잎새들 뒹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을을, R. 릴케의 시처럼 `읽고 쓰며 잠자지 않고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도 좋을 감성의 계절. 풀벌레 소리 높아가는 이 가을밤, 왼 밤 하얗게 밝혀 부칠 곳 편지를 쓰고 또 쓰며, 뒤울안 장독대 옆 대추나무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금은 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해져 봄은 어떠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