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무지개를 잡으려고 40년 넘게 잰걸음 놀렸는데, 정상은커녕 아직도 번드러운 끝자락에서 미끄러지고 다시 매달리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상 다 갖겠다고 허위단심 달려왔는데, 열 개 스무 개 눈초리의 잔금과 가문 날의 시내를 보듯 이맛살 깊어진 고랑밖에는 무엇 하나 새로 얻은 것이 없는 듯 합니다. 여전히, 빈손입니다. 살가죽 검게 그을린 만큼 가슴에는 세월의 묵은 이끼만 두두룩하게 쌓여져 있습니다. 어느 먼 하늘을 떠돌다가 문득 달려와서 마음을 흔들어놓는 소년의 추억과, 삶의 고갯길을 올라설 때마다 차례로 하나씩 불거지던 절망과 슬픔, 끝내 지울 수 없어 깊은 밤 남몰래 떠올려보는 아련한 얼굴들과, 모년(某年) 모월(某月) 일기에 적어놓고 차마 안타까워 다시 열어보지 못하는 미완성(未完成)의 꿈과 부끄러움과…. 겉으로 드러난 형상(形象)은 없지만,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입니다. 정해놓은 값은 없지만 세상 누구와도 바꾸어 지닐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나의 재산(財産)입니다.
얼마나 많은 재산(財産), 그대는 가슴에 쌓아두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