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견딜 수 없이 지쳐갈 때

취한배 2004. 4. 23. 14:56

휠더린/고향

 

 

뱃사람은 즐거이 고향의 고요한 흐름으로 돌아간다.

고기잡이를 마치고서 머나먼 섬들로부터

그처럼 나도 고향에 돌아갈지니,

내가 만일 슬픔과 같은 양의 보물을 얻을진대.

 
지난날 나를 반기어 주던 그리운 해안이여,

아아 이 사랑의 슬픔을 달래 줄 수 있을까.

젊은 날의 내 숲이여 내게 약속할 수 있을까,

내가 돌아가면 다시 그 안식을 주겠노라고.

 
지난날 내가 물결치는 것을 보던 서늘한 강가에

지난날 내가 떠 가는 배를 보던 흐름의 강가에

이제 곧 나는 서게 되리니 일찌기 나를

지켜주던 그리운 산과 산이요, 내 고향의

 
오오 아늑한 울타리에 에워싸인 어머니의 집이여

그리운 동포의 포옹이여 이제 곧 나는

인사하게 될지니, 너희들은 나를 안고서

따뜻하게 내 마음의 상처를 고쳐 주리라.

 
진심을 주는 이들이여, 그러나 나는 안다 나는 안다.

사랑의 슬픔 그것은 쉽게 낫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의 위로의 노래 부르는 요람의 노래는

내 마음의 이 슬픔을 고쳐 주지는 못한다.

 
우리에게 하늘의 불을 주는 신들이

우리에게 신성한 슬픔도 보내 주셨나니,

하여 슬픔은 그대로 있거라. 지상의 자식인 나는

모름지기 사랑하기 위해 또 슬퍼하기 위해 났니라



호흡하고 있음이 미치도록 뻔뻔한 오후, 음습하는 현기증 나를 둘러친 불가시적인 세포를 사랑하리라.

 

'술이나 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보씨와 딩굴딩굴  (0) 2004.05.02
단절  (0) 2004.04.30
창백한 낮  (0) 2004.04.21
腐豁  (0) 2004.04.17
  (0) 200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