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낡은 책장에서

취한배 2004. 7. 6. 03:00

  許三觀買血記

 

  가능할 것인가
  내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탤래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오늘에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번 돈은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

연민의 초상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피를 팔려 병원에 갔다가 근룡에게 같이 피 팔던 방씨는 오줌보가 터져 몸이 아주 망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거니와, 피를 팔고 난 근룡이가 쓰러져 병원에 눕혀놓고 온 허삼관이 아니던가, 이튿날 병원에 간 허삼관은 근룡이가 죽었음을 확인한다. 피를 팔며 살아왔던 인생이 피를 팔다가 죽어간 것이다. 하지만 근룡이 죽었다던 지 방씨의 오줌보가 터졌다든지 하는 것으로 비극이 그치지 않는다. 계속 이어진다.


   아들 일락이가 위중한 간염에 걸려 이락이의 등에 업혀온 것이다. 상해의 큰 병원으로 어머니와 함께 일단 보낸 다음 허삼관은 상해로 가는 길을 따라 "매혈여로"를 거친다.

 

    허삼관이 인도를 따라 걷는데 문득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밀려왔다. 생에 처음으로 피를 못 판 것이다. 집안에 일이 생길 때마다 매혈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제는 자신의 피를 아무도 원하지 않다니...... . 집에 무슨 일이 또 생기면 어떻게 하나? 허삼관은 울기 시작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피를 팔아온 그가 피를 팔지 않고 돼지간 볶음과 황주를 마시며 일생 동안 평등을 추구하였으나, 그가 발견한 것은 결국 그의 몸에서 자라나는 눈썹과 좆털 사이에서의 불평등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푸념하는 것이다.


 "좆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단 말씀이야."

 

   들어가며 허옥란과 혼전에 얻은 일락이와 이락이 삼락이와 매혈로 살아가는 허삼관의 이야기 중국의 젊은 작가 '위화" "허삼관 매혈기" 두 번째 눈 맞추고도 할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낡은 책장에  서늘한 고뇌로 나를 기다리는 그의 서너권의 장편과 단편이 나를 기다리기에

 

 하이네는 "죽음은 상쾌한 저녁" 이라며 죽음을 찬미하였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
"삶이란 고통의 한 낮이기 때문에."

 

위화(余華)
1960~

위화는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83년 단편소설<첫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작가활동을 시작, <18세에 집을 나서 먼길을 가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등 실험성 강한 중단편을 내놓으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후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으로 작품활동의 일대변화를 예고한 그는 중국의 역사성과 본토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두 번째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을 통해 마침내 작가로 발돋음하게 된다. 가파른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인간이 걸어가는 생의 역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공리 주연으로 영화화(국내에서는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하기도 하였다.

1996년 발표한 <허삼관 매혈기>는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문제작.
허삼관이라는 한 가난한 노동자가 자신의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역정을 다룬 이 작품은 중국현대사의 큰 굴곡을 이루었던 국공합작과 문화대혁명이라는 거센 물결을 무리없이 작품 속에 수용하며 매혈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가 주는 일반적인 관점을 뛰어넘어 유머스럽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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