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취한배 2004. 7. 16. 20:40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지고 싶어합니다. 내 것 네 것의 분별(分別)이 없으니 새로운 것은 모두 손에 쥐어달라고 칭얼거립니다. 엄마 아빠의 힘이라면 세상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줄로 알아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립니다.
 네댓 살쯤 말귀가 트이면서 치마폭에 치대는 일이 점차 잦아집니다. 넉넉지 못한 살림과 오랜 관습(慣習), 아무리 보채도 주어지지 않을 것을 알게 되는 까닭입니다.

 스무 살 서른 살 젊은 나이, 자못 허황(虛荒)한 꿈일지라도 이제는 제 힘으로 세상을 손아귀에 넣으려 길을 나섭니다. 목숨을 걸고 영혼을 팔아서라도 뜻한 것을 얻으려 합니다. 일이거나 사랑이거나 마음에 두었던 것 하나라도 놓쳐버리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흔 고개를 넘어서면 썩 흐뭇하지 않아도 사는 일 다 그런 것이려니 스스로를 달래고 어루만집니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떨어진다는데 팔자에 없는 일을 꾀하다가 괜스런 낭패(狼狽)를 당하지 않을까, 하나씩 둘씩 부엉이 같은 욕심(慾心)을 덜어내게 됩니다. 주름 깊어질수록 자꾸만 그 목록(目錄)이 불어나고, 가슴은 그만큼 비어집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꿈을 잃어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린 날 또 스무 살 적의 꿈, 얼마나 건사하여 두셨는지요? 빛깔과 무늬 여전하여서 가슴 뜨겁게 데우고 있는지요?

'술이나 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소리  (0) 2004.07.19
산책  (0) 2004.07.17
  (0) 2004.07.09
동행  (0) 2004.07.07
낡은 책장에서  (0) 200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