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이 흐린날

취한배 2004. 2. 28. 17:11
 

보고 싶다

말을 해도

죄가되지 않을 이 세상 단

한 분에게

보고싶다

맘놓고 목을 놓습니다

 

회식이라고 서둘러 일어선

곁지기 품에서 떨어진 텔레비젼에선 시시콜콜한 이웃들의 사랑이라 이름한 노래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있을 아이들 떠 올리려니

목이 아픕니다

어제 강촌에서 어머니를 닮은 손에서 옮겨온 오미자를 우리려고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곧 쓸쓸히 어둠에 자리할 주위를 둘러 봅니다.

벽에 덩그마니 정지된 자세로 나를 훑어보는 시선에 눈길이 머뭅니다. 한 때 당대 이름을 떨치기라도 할듯이 낙관을 만들고 화선지 말아서 시간을 잃어버린 듯 먹향에 취했던 부끄러운 한 때 태어난 것이라 붓질이 어수선한 네모 속에 난초, 매화, 문살, 초가집,  나무가 여백 속에서 꿈틀거리고 "외유내강"  이 담긴 가훈에서 쓸쓸함이 먹향을 풍깁니다. 잎이 짙푸른 크고 작은 모양의 잎사귀를 뽐내는 화분들 사이로 숨밖꼭질을 하던 강아지는 지쳤는지 하품을 하며 내게 파고 듭니다.

나는 당신 사랑함과 사랑하지 않음 사이를 왔다갔다합니다

당신 기다림과 기다리지 않은 사이를 오고가며

내 가슴은 차가움에서

그 잔인한 광선이 나를 소진 시킬지라도

 

사모하는 어둠이여 빛나소서

 

'술이나 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다리 사이의 초인종  (0) 2004.03.15
  (0) 2004.03.12
얼어죽을  (0) 2004.03.10
허기  (0) 2004.03.04
기발한 마력에 끌려 잠시~~~~머물게 합니다(펌)  (0) 200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