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먼 들길이 자욱하여서 다시 황사인가 차창을 올렸다가 가까이 다가가서야 검불을 태우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농부가 그러모은 마른 풀잎이나 지푸라기의 타오르는 불꽃도 그러하지만 그 내음이 참으로 정겨워서 가던 길을 멈추고 맙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갈아엎은 텃밭에서 솔솔 풍겨나던 흙 냄새 거름 냄새처럼 고향의 내음입니다. 내 가슴 어느 깊은 곳에 그 내음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도 한 그루 심겨져 있는 것인지 문득 헛헛하여 집니다. 냉큼 달려가 그 연기 속에 온몸을 담그고 그 내음으로 빈속을 다 채우고 싶어집니다. 소매 끝으로 콧물 닦아내며 유년의 동산을 함께 뛰놀던 동무거나, 키 낮은 토담 너머로 살구꽃이 수줍게 고개 내밀던 좁은 골목길이거나, 구석진 찬장에서 찾아낸 해묵은 기름병을 들고 기다리던 엿장수의 가위소리거나, 봄 한나절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알맞게 살이 오른 삘기의 향긋한 풋내거나… 사람은 누구나 잃어버린 것,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그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하 오랜 일이어서 엉클어진 타래를 풀지 못하고 아예 잊은 듯 살아가지만 어쩌다,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만나게 되면 그에서 풀려난 실마리를 따라 마음은 어느새 고향 마을의 고샅길을 달려가게 마련입니다. 봄입니다. 마음의 여로를 좇아서, 오늘은 어디라도 들길 한번 나서보시지요. 들녘마다 질펀하게 퍼져나는 어머니의 살 냄새 젖내 같은 고향 내음에 함빡 젖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