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忍孤

취한배 2004. 3. 23. 00:12

살다보면

불쑥불쑥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갑작스련 일로 발 품을 팔게 되었다. 시골 길 구수한 황토길도 반가움에 들썩거리고 아이처럼 뒤뚱뒤뚱 신작로를 가로질렀다.  소담스런 양지쪽 머릿수건을 두르고 나물캐는 봄처녀 같은 여인 곁으로 갔다. 쑥이랑 냉이랑 봄에는 푸른 잎은 독이 없어 다 먹어도 된다며 포릇포릇 가득찬 바구니를 멋쩍게 보인다. 잎을 꼬물꼬물 내미는 미루나무 건너 밭에는 두엄 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질색을 하겠지만 고향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허리춤에 걸린 무명천으로 연신 땀을 훔치는 지게진 남정내들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환장할 봄

천재화가인들 이렇게 정겨운 풍경을 차마 그릴까

어느 시인이 이 느낌을 전할 수 있을까

파바로티는  숨막히는 봄 숲을 노래하려나

 

아릿하다

앞다투어 꽃불 지르는 봄꽃에 어질어질 하다. 꽃불에 데인 몸뚱이 바람 푸른 북한강 기슭에 허섭떼기 훌훌 벗어던지고 쳐넣어 첨벙첨벙 거리다 치질라치면 허름한 주막에 기대어 시큼한 막걸리 막사발에 부어만 놓아도 행복할게다.

 

아, 어쩌랴

변방 떠돌던 바람도 쉬어가는 삼월이라 했던가

촟불에 구호에 몹시도 어수선 하다.

보이지 않고 불타 흘러갈 가람 한줄기 떠오르지 않으니

내가 지니고 있는 건 무엇인지

내 늑골 위 걸리어 흔들리는 어둠 뿐.

돌아봐도 내것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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