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꿈결에라도

취한배 2004. 6. 21. 15:22

나의 聖所                          

 

드러내면 그 빛이 바랠까 차마 아쉬워
가슴에 꽁꽁 숨겨 두었다가
서러운 날 훌쩍 떠나보고 싶은 추억의 장소가 있습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햇살 빤짝이는 푸른 잎들
이름 모를 풀꽃 한 송이에 마음 다 빼앗겨
언젠가 다시 돌아갈 그 곳
사람마다 아름다운 추억의 성소가 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세월은 꿈결처럼 흘러가 버리고
목숨 덜어낸 그 자리엔
남루한 세간과 어수선한 옷가지 몇 점 흩어져 있습니다
살찐 가을이 돌아왔다 해도
잃어버린 것들의 아쉬움만 가득
내 길은 언제나 안개 속에 있습니다

 

    오남매 둘러앉아 고요한 밥상을 올렸네 밥상위에 고구마 토마토 오이지 김구이 청국장 내 혼을 앗아가버린 펄떡거리는 싯귀 한 구절을 밥상에 올렸네 어머니의 젖무덤같은 둥근 토마토 즙을 들이마시듯, 들숨 한 번에 살아있는 하나의 별, 지구가 몸 안으로 들어오네  지구 내가슴에 무덤이 되었네 어머니 없는 빈 생일상 앞에서 나 미역국에  뛰어드네 꿈결에라도 어머니얼굴 보고 싶어서 나, 당치도 않은 보르헤스를 읋조리다 울어버렸네

 

 

  한 잔의 차를 마시듯 시를  "마시고 맛본다고 한 이는 보르헤스였던가,"

  나, 걸신들린 듯  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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