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한 수

격정

취한배 2004. 8. 4. 03:33
 

  여름밤의 한가로움이란 모자란 잠을 때우는 일, 기일이 지난 도서를 낡은 회랑에 밀어 넣고 낯설지 않은 시잠 모퉁이 돌아 솜사탕 껌질 채 따먹을 때 내 심장은 푸르러 덜컹거리지, 너의 매일 시시콜콜한 다른 행동에 노여움으로 붉은 색안경으로 너를 쏘아 볼 테지 차마 눈뜨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어설픈 사랑을 키운다지만 또 한 잔의 어둠으로 쓰러지지 않을 만큼 너는 되새김질 하겠지 거울에 비친 여백처럼, 누군가 곁에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허락 없이 울컥 돋아나려는 말들을 억지로 삼키자 찌르르 목울대가 쓰라리다고, 미라처럼 찬 손으로 목을 보듬어 주었으면 해, 한줄기 바람으로 날아가 버린 쉼 없는 부호 속 입김들 틈새에서 부석거리는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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